아내가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맡기고 친정에 내려가자 남편이 3일 만에 아이를 못 보게 하고 짐을 싸놨다는 사연이 전해져 이슈입니다. 1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5년 차이자 최근 출산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는데요. 이 여성의 사연을 전해드리면서, 오늘 포스팅에서는 산후우울증의 기본적인 이해부터 치료법까지 알아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산후우울증을 대처하는 방식 중 모범적인 국가들의 시스템을 알아보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을 짚어보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여성의 사연
사연 속 여성은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남편은 건설회사에 다니는데 회사 분위기가 워낙 보수적이어서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 라며 "남편은 술자리도 잦았고 집에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혼자서 아이를 보는 게 남편에게 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친정은 멀고 시댁에는 이혼한 아주버님과 아이가 함께 살고 있어 육아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끝이 없는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고 미칠 것 같았다. 아기는 너무 어려 울기만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애정도 잘 가지 않았다. 엄마가 이래도 되나 스스로를 얼마나 다그쳤는지 모른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남편한테 잠깐 친정에 내려가 있을 테니 아이를 봐달라고 연락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친정에 갔는데, 남편도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고 미안하다고 하더니 3일이 지나자 남편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 너무 실망했다. 앞으로는 아이 못 볼 줄 알아라."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여성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후회가 밀려왔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는데 남편이 제 짐을 다 싸놨더라. 아이가 있는 시댁에 찾아가 빌고 애원했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아이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대로 이혼당하는 거냐."라고 토로했습니다. 사연을 접한 조인섭 변호사는 "들어보니 이 여성이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신고은 변호사도 "우리 민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며 "남편이 외벌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은 채 매일같이 야근, 회식 등 술자리로 집에 없었고 주말에도 육아에 힘쓰지 않았다면서 남편분의 잘못도 크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 이런 경우 남편이 이혼 청구를 해도 여성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상 이혼 판결의 가능성은 낮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자마자 저는 첫째 육아 때의 기억이 사뭇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남편이 건설 회사에 다니다 보니 거의 독박육아였는데요. 남편은 새벽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공휴일에도 쉬지 않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건설 업계 생리가 전체적으로 그렇다고 당시, 저 자신을 다독이면서 육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낮과 밤이 바뀌어 3일 내내 뜬 눈으로 지새우면서 잠을 못 잤고, 한 번은 남편 출근 전에 잠깐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10분 정도 기절하듯이 자는데, 10분 아이 보는 것도 힘들다고 깨우는 남편이 너무 미워서 발길질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거의 잠을 못 자다 보니 당시 남편과도 종종 싸우고 우울한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다행히 친정가족들의 도움으로 우울한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은 도와줄 친정가족도 멀리 있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도저히 상상이 안 갑니다. 이건 비단 저와 이 여성분만의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경중의 차이일뿐, 출산한 여성 대부분은 산후우울증을 겪습니다. 산후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닌, 산모의 일상과 아이의 발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심리적 질환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산후우울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산후우울증이란?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여성의 신체적 변화, 호르몬 급변, 환경 변화,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특히 출산 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데, 육아에 대한 부담과 수면 부족, 가족의 이해 부족 등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킵니다. 많은 산모가 ‘아이를 낳았으니 나는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과는 달리, 무기력감, 자기 비난, 불면, 집중력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출산 후 4주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며, 시기를 놓치면 만성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초기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치료법 - 전문 심리상담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전문 심리상담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스스로 정리하기 어려운 감정을 객관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치료법을 제시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의 목적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감정을 정리하며 건강한 사고로 회복하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아래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을 정리해 보면 4가지 정도로 구분됩니다. 첫째,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산모가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 방식입니다. '나는 엄마로서 부족해'라는 사고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인식으로 바꾸는 훈련을 통해 우울감을 완화합니다. 둘째, 대인관계치료입니다. 산모가 겪는 갈등이나 고립감을 중심으로 관계 회복을 돕는 방식입니다. 배우자와의 소통, 가족 간 갈등, 친구와의 단절 등을 조정하며 정서적 지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셋째, 정신역동치료입니다. 무의식적 갈등이나 과거 경험이 현재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여 치료하는데, 비교적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넷째, 가족상담입니다. 산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이 함께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배우자, 부모 등 주변인의 이해와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 상담을 통해 공감과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전문 상담은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산부인과 연계 정신건강 클리닉, 온라인 상담 플랫폼 등에서 받을 수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은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처럼 우리나라에는 산모들의 산후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은 잘 갖추고 있으나, 산모들 스스로 손을 내밀어야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 국가들은 어떻게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들을 돕고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들을 돕는 모범적인 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들을 더 잘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의 대처법
1)북유럽 국가 – 예방 중심의 통합 케어 시스템
스웨덴, 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산후우울증에 가장 모범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들 국가는 ‘예방’을 핵심에 두고, 출산 전부터 산모의 정신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합니다. 스웨덴은 모든 임산부가 정기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출산 후에는 공공 보건소 간호사와 정신건강 전문팀이 연계해 방문 상담을 실시합니다. 또한 산모가 우울증 초기 징후를 보일 경우 전문 치료팀이 즉시 개입하여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합니다. 핀란드는 산모·유아 건강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산모와 아이 모두의 신체·심리 건강을 종합적으로 케어하며, 20회 이상의 무료 방문 상담을 제공합니다. 이 모든 서비스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며,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입니다.
2) 미국과 캐나다 – 민간 연계와 보험 중심의 접근
미국과 캐나다는 산후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 다양한 민간기관에서 산후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산부인과와 정신과의 연계 진료가 활발하며, 일부 주에서는 산후우울증 검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그룹 상담, 전화 상담, 전문가 연결 서비스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산모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치료 접근성에 큰 차이가 있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캐나다는 주정부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특히 가정방문 간호사 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또한 남편 및 가족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어, 가족 전체가 산모의 회복을 돕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론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어느 산모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요청하고 회복의 물꼬를 트는 것입니다. 위에서 알아봤던 북유럽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도 예방 중심의 통합 시스템이 적용되어 산모들의 출산 전과 후, 정서적 케어에 더욱 집중해 주고 그러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까지는 가지 않고, 가족들의 도움과 지지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산모들은 산후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산모들이 적극적인 치료와 가족의 도움으로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